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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화성시 정남식품, 전국 1위 두부 기업의 새로운 도전

해썹(HACCP) 인증... 생산 시설 개선 “두부 생산에서 포장까지 99% 자동화”
두부 생산량 전국 1위, 두부를 넘어 콩·두부 이용한 다양한 식품 제공 추진
두부·콩 재료 전문 베이커리 카페 ... 오는 10월 오산지역에 개장 위해 준비

 

“맛있는 두부.” 두부 전문기업 ㈜정남식품 김석현 대표이사가 밝힌 경영 원칙이다. 두부 생산 외길 40년, 두부 생산량 전국 1위인 정남식품의 성장 비결이기도 하다.

40년 가까운 두부 생산 외길. 정남식품은 전남 완도에서 홀로 상경해 콩나물과 두부를 배달하던 청년의 꿈에서 시작됐다. 청년은 작은 규모라도 직접 맛있는 두부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지금은 두부공장 설립이 신고제이지만, 1980년대 중반엔 허가제였다. 당연히 새로 회사를 차리는 건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청년은 허가된 두부공장을 찾아 지금의 화성특례시 정남면까지 왔고, ‘새마을 정남식품’이라는 작은 두부공장을 인수해 ‘정남식품’이 탄생했다. 그 청년이 바로 김석현 대표의 부친 김정남 회장이다.

창업 초장기엔 하루 콩 1가마(50kg)로 두부를 만들었다. 지금은 하루 600가마의 콩으로 무려 300톤이나 되는 두부를 생산한다.

 

정남식품의 제품은 찌개용·부침용인 경두부, 생식이나 샐러드로 먹는 순두부·연두부에 국산콩두부, 수입콩두부까지 다양하다. 자체 브랜드인 명품두부, 명품맛두부 등은 서울 가락시장 등 곳곳의 대리점을 통해 전국 주요 마트와 식자재매장에 납품돼 소비자들 식탁에 오른다.

대기업에는 오이엠(OEM: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으로 납품한다. 품질이나 내용은 변함없이 포장만 바뀐다.

두부는 잘 알려진 건강식품이다. 두부에는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해 당뇨병은 물론 고혈압 등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 두부 원료는 콩(대두)이다.

당연히 두부 제조에서는 콩의 품질이 곧 두부의 맛, 영양과 직결된다. 정남식품은 단백질 함량 기준치 이상으로 품질 좋은 콩만 구해 두부를 만든다.
 

김석현 대표는 “콩은 단백질 함량이 가장 중요하다.

만들 수 있는 두부량이 달라지고, 맛도 좌우한다”고 맛있는 콩 고르는 방법을 소개한 뒤, “추운 지역에서 생산될수록 단백질 결집력이 좋다. 국산은 파주 장단콩이 좋은 이유다. 중국산도 북부지역 러시아하고 가까운 지역 콩은 좋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두부 생산에 쓰이는 콩은 국산과 수입으로 나뉜다. 수입콩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캐나다, 중국, 미국에서 수입한 콩을 공매하는 방식으로 업체에 공급된다.

두부를 만드는 재료는 콩(대두) 또는 콩가루(대두분) 2가지다. 같은 ‘콩’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콩과 콩가루는 가격은 물론 맛에서도 차이가 크다. 정부 공매가 아닌 개인적으로 콩을 수입하면 관세가 480%나 된다.

그러나 가공 처리해 콩가루로 수입하면 관세가 겨우 3%다. 콩가루로 두부를 만들면 생산량도 더 많으니 일부 업체에서는 콩가루 원료 두부를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콩에는 약간의 열만 가해져도 산패가 시작된다. 콩을 가루로 만들 때 열이 가해질 수밖에 없고, 배로 이송하거나 창고에 보관하는 과정에서 영양분도 많이 파괴된다”며 “당연히 가공돼 수입된 콩가루는 원재료인 콩에 비해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아버지께서는 항상 ‘내가 맛있어야 소비자도 맛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마진이 적더라도 콩가루(대두분)로 두부를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조차 안 해봤습니다. 고소한 맛도 떨어져 ‘맛있는 두부’를 만든다는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죠. 품질 좋은 두부를 구입하려면 원재료명이 대두 100%냐, 아니면 대두분 100%인지 보고 고르면 됩니다.”

정남식품은 콩 자체를 불려 갈아서 비지와 두유로 분리한 뒤, 두유를 간수로 굳히는 방식의 두부 생산을 고집하고 있다. 정남식품의 “맛있는 두부”를 위한 원칙 있는 경영은 화성에만도 수십 개나 되던 두부 공장들이 경영난으로 줄폐업하는 속에서도 오히려 전국 최고의 두부 기업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이에 대해 김석현 대표는 “고소한 맛을 어떻게 뽑아낼 것이냐가 관건인데, 어떻게 불려서 가열하고, 어느 정도 온도에 삶아 내느냐가 노하우”라며 “지금도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더 좋은 두부를 만들기 위한 생산 설비 도입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남식품이 오늘의 자리에 있는 것은 맛있는 두부 생산을 위해 많은 노력도 기울였지만, 고객분들이 함께 만들어 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고객들께 감사한 마음을 지역사회에 돌려드리려 취약계층을 위한 푸드뱅크에 당일 생산된 신선한 두부를 꾸준히 후원해 왔습니다. 앞으로 사회공헌활동에 더욱 적극 참여할 계획입니다.”

대학에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가 두부 일을 시작한 건 군 복무 후였다. “두부 공장에서 일을 배우고 싶다”고 했더니, 아버지 김정남 회장은 1년 동안 반대했다.

 

지금은 포장 두부지만, 비포장으로 두부가 유통될 때는 새벽에 만들어 팔아도 유통기간이 2~3일밖에 안 됐다. 주말도 없이 매일 생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1주일 내내 쉬지 않고 일하며 가족들과 여행도 못 가는 두부공장을 물려준다는 게 내키지 않아서였다. 1년이 지나서야 “출근 준비해라”고 해 출근했는데, 뭘 하라는 지시도 없었다.

일거리를 스스로 찾았다. 공장에서 가장 안 좋아 보였던 쓰레기장부터 날마다 청소했다. 그 뒤 현장 안에 들어가 5년간 장화 신고 두부를 만들었다.

 

두부 제조 전 과정은 물론 두부 미생물 관리까지 꼼꼼하게 배웠다. 두부를 만드는 과정에서 직원들과 자연스레 소통하며 리더십도 키웠다. 식품위생관리시스템인 해썹(HACCP) 인증 과정도 직접 공부해서 추진했다. 두부 생산 시설 자동화에도 박차를 가했다.

김 대표는 “식품 제조 안전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작업자의 손과 발이다. 자동화로 가능하면 작업자의 손이 안 닿는 깨끗한 제품 생산에 주력했다”며 “현재 정남식품은 사람 손이 닿지 않아도 두부 생산에서 포장까지 99% 이뤄지는 자동화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작년 말 아버지께서 가족들 모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이제 하산해도 되겠다’고 하셨거든요. 19년간 근무하면서 꾸지람만 듣다가 20년째에 인정받은 거죠. 굉장히 호되게 가르치셨습니다. 지금에 와서 보니 호된 가르침 덕에 제가 강해졌고, 치열한 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도 키웠습니다. 그 가르침이 아버지께서 제게 물려주신 가장 큰 자산이죠.”

작은 두부공장으로 시작해 두부업계 1위에 오른 정남식품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아버지께서 두부로 시작한 회사가 이 자리까지 왔다. 저는 두부를 넘어 콩을 이용한 더 다양한 식품을 만들고 싶다”며 구체적인 계획도 털어놨다.

바로 두부·콩 재료 전문 베이커리 카페다. 오산지역에 오는 10월 개장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두부·콩 만으로 생산하는 파스타, 두부디저트, 빵 등 다양한 제품들을 제공할 예정이다.

두부와 콩은 대표적인 다이어트 식품이다. 말 그대로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으로 다이어트에 최적화된 식재료다. 고소하고 담백하며 부드러운 식감은 남녀노소 함께 즐기기에 맞춤이다.

“왜 콩이냐고 물으신다면, 건강에 좋은 콩이란 재료를 더 많은 제품에 녹여내 선보이고 싶기 때문이죠. 이제 더 이상 빵 먹으며 살찔까 봐 죄책감 느낄 필요 없습니다. 두부 1위를 넘어 콩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으로 소개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국민신보   나병석  기자 |